"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오늘은 창의성의 뇌과학,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는 다를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질문은 교육자, 기업가, 예술가뿐만 아니라 뇌과학자들에게도 오랫동안 탐구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창의성은 한때 예술가나 작가 같은 특수한 직업군에 속한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창의적 사고를 요구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멋진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성은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힘,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능력,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으로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정말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의 뇌는 다를까요? 창의성은 특정 뇌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능력일까요, 아니면 훈련과 자극을 통해 누구나 계발할 수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뇌과학의 시선으로 창의성의 작동 원리,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 특징, 그리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까지 단계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뇌 속 창조 회로의 정체
한때 뇌과학에서는 왼쪽 뇌는 논리적 사고, 오른쪽 뇌는 창의성을 담당한다고 구분하는 이론이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현대 뇌영상 기술의 발전은 이 이분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창의성은 단일 뇌 부위의 결과물이 아닌, 여러 개의 뇌 네트워크가 협업하는 복합적 현상이라는 것이 현재 뇌과학계의 정설입니다. 가장 중요한 창의성 관련 회로는 크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집행 제어 네트워크(Executive Control Network, ECN), 살루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라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는 우리가 외부 자극에 집중하지 않고, 멍하니 있거나 공상에 잠길 때 활성화됩니다. 일기 쓰기, 샤워하기, 창밖을 바라보는 것처럼 겉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이 회로가 작동하는 것이죠. 이 네트워크는 내면의 기억, 상상, 자아 성찰에 관여하며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됩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회의실이 아닌 샤워실에서 떠오른다는 농담은 사실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셈입니다. 반면, 집행 제어 네트워크(ECN)는 우리가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향해 전략을 세울 때 작동합니다. 이 회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창의성에서는 두 회로의 조화로운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걸러내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다듬는 과정은 바로 ECN의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살루언스 네트워크(SN)는 외부 환경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감지하고, 어떤 자극에 집중할지를 판단합니다. 창의성 과정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서도 특이하고 가치 있는 연결을 발견해내는 데 이 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창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감’이 아니라, 뇌 안의 여러 시스템이 교차하며 정보를 결합하고, 선별하며, 실행하는 종합적 활동인 것입니다.
2.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뇌과학자들은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습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창의적 직업군(시인, 디자이너, 작곡가 등)과 일반인의 뇌 활동을 비교한 뇌영상 연구들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MIT 연구진은 시인들의 뇌를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로 스캔했을 때, 언어 처리 부위뿐 아니라 감정 조절, 자기 인식, 시각화와 관련된 영역까지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말을 잘하거나 어휘력이 풍부한 것을 넘어서, 뇌의 다양한 영역 간 연결성이 더 크고 넓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또 다른 뇌적 특성은 ‘인지적 탈억제(Cognitive Disinhibition)’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불필요하거나 산만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걸러내지만, 창의적인 사람은 그 불필요해 보이는 정보까지 받아들여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데 능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빨간색 양말’과 ‘비 오는 날’을 연결 짓지 않지만, 시인은 그것을 연결해 독특한 이미지나 은유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죠. 뇌과학적으로는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정보 필터링이 느슨하고, 입력된 다양한 감각 정보를 폭넓게 연결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그들의 뇌는 외부 자극보다는 내면의 흐름에 더 민감합니다. 이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로 입증됩니다.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멍 때리거나 산책하는 시간에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는 ‘휴식’ 중에도 끊임없이 연결을 시도하고, 기억과 감정을 조합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창의적인 뇌는 더 개방적이고, 더 복잡하며, 더 유연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조는 반드시 타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 자극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계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창의성은 훈련될 수 있다: 뇌를 자극하는 실천 전략
이제 가장 실질적인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정답은 뇌과학이 밝혀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있습니다. 이는 뇌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변형되고 새로운 회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창의성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개발 가능한 ‘기능’입니다.
먼저, 창의적 뇌 회로를 자극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멍 때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산책,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들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 황금 시간입니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을 억지로 통제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뇌는 창의적 연결을 시도하게 됩니다.
두 번째 전략은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창의적 사고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새롭게 보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이 제품을 노인이 쓴다면 어떻게 바뀔까?”
“정반대로 접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비슷한 개념이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까?”
이런 질문은 전전두엽을 자극하며 새로운 인지적 연결을 생성합니다. 꾸준한 질문은 뇌 회로를 확장시키고, 사고의 경계를 넓혀줍니다.
세 번째는 이질적 자극과의 접촉입니다. 창의성은 결국 ‘정보 연결’의 결과이므로, 다양한 경험과 입력이 많을수록 창의성의 원천이 풍부해집니다. 평소에 접하지 않던 장르의 책을 읽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다른 배경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 등이 뇌에 새로운 점들을 찍어줍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창의성은 결국 점과 점을 연결하는 힘이고, 그 점들은 경험을 통해 쌓입니다.
마지막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실험이고,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나 실패는 뇌에게 있어 매우 귀중한 학습 기회입니다. 뇌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문제 해결 회로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갑니다.
따라서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완벽함’보다 ‘시도’에 가치를 두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시도 속에서 나온 실패는 창의성의 토양이며, 반복될수록 더 깊고 강한 회로를 뇌 속에 남깁니다.
창의성은 신비로운 영감이 갑자기 떠오르는 마법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아주 현실적이고도 과학적인 기능이며, 훈련과 자극을 통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는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작동하지만, 그 유연성은 반복적인 자극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상상하고, 집행 제어 네트워크로 다듬고, 살루언스 네트워크로 가치를 발견하는 이 복잡한 협업은 누구의 뇌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저 당신이 오늘, 지금, 한 번 더 질문을 던지고, 한 번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는 결심만 있으면 됩니다.